부암공연예술제를 마치며
공간에서 예술이 깨어나다
지난 12월 11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부암아트홀에서는
‘부암공연예술제(Buam Performing Arts Festival)’가 진행되었다.
이번 예술제는 TG 루프탑과 아트홀이라는 서로 다른 두 공간을 무대로 삼아,
공연예술이 무대 위에 국한되지 않고 공간 전체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자리였다.
산과 도시의 경계에 놓인 부암동이라는 장소성은, 예술과 일상, 자연과 도시가 교차하는 감각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부암공연예술제는 무용·연극·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통해
동시대 예술가들이 공간을 인식하고 점유하는 방식을 질문했다.
공연은 단순히 무대 위에서만 발생하지 않았다.
벽과 바닥, 공기와 빛, 그리고 관객의 시선과 호흡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예술적 장(場)을 이루며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
특히 TG 루프탑은 하늘과 도시, 자연과 일상이 맞닿는 열린 무대로서
시간의 흐름과 환경의 변화가 그대로 공연에 개입되는 장소였다.
반면 아트홀 내부 공간은 밀도 높은 집중과 내밀한 감각을 통해
관객과 예술가 사이의 물리적·정서적 거리를 극도로 좁혔다.
이 두 공간을 오가며 펼쳐진 공연들은
‘공간에서의 예술’이라는 이번 예술제의 핵심 메시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부암아트홀 대표이자 예술감독 정유진은 이번 예술제를 통해
예술이 머무는 위치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고자 했다.
> “예술은 무대 위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 예술은 공간 전체에서 숨 쉬고, 관객이 서 있는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 TG 루프탑과 아트홀은 공연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 작품 그 자체가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 “부암공연예술제는 완성된 답을 보여주는 축제가 아닙니다.
> 예술가가 던진 질문이 공간을 타고 관객에게 도달하고,
> 그 질문이 다시 관객의 몸과 삶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 함께 목격하는 자리였습니다.
> 이곳에서 예술이 일상과 맞닿는 순간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이번 예술제에는 신진부터 중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해
각자의 언어로 동시대를 감각했다.
작품들은 결과 중심의 발표가 아닌,
과정과 탐구, 실험의 흔적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었으며
관객은 예술의 생성 과정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조용한 동네 부암동에서 펼쳐진 이번 예술제는
화려한 규모 대신 깊은 밀도와 사유를 선택했다.
공간이 곧 무대가 되고,
예술이 그 공간을 다시 정의하는 순간.
부암공연예술제는
동시대 공연예술이 나아갈 또 하나의 방향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제안하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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